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에 소설 당선작 - 정원에 길을 묻다 / 김미월 정원에 길을 묻다 김미월 스크롤바를 화면 아래로 천천히 끌어내렸다. 나는 ‘미스 대전’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내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대전 지역 예선에 출전할 만큼 미인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내가 이 당치 않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순전히 이름 때문이다. 내 이름은 공사이. 042, 바로 대전.. 중단편 소설 2010.02.07
2004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2004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키친 실험실 장은진 아내가 나간다. 어둠보다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마당의 병든 무화과나무를 지나, 녹슨 대문을 열고, 아내가 나간다. 아내는 모지락스럽게 대문을 철커덕 닫아걸고 돌아선다. 대문 닫히는 소리에서 금속빛 칼날의 매서움과 차가움이 느껴진다. 동.. 중단편 소설 2010.02.07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바늘/천운영 바늘 천운영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미를 그려달라고 했다.남자가 가져온 인쇄물은 거미라기보다는 커다란 홍게처럼 보였다.새를 먹는 골리앗거미.세상에서 가장 큰 거미의 이름이다. "이 완벽한 대칭 좀 봐.꼭 반으로 접어 찍어낸 것 같지 않아?" 남자는 인쇄물 속의 골리앗거미를 노려.. 중단편 소설 2010.02.07
200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실향 / 이 림 실향 / 이 림 오후 4시의 도서관은 쉰을 넘기 시작한 사람처럼 갑자기 맥이 빠진다. 시간이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축축 늘어진다. 자료실 창문을 열고 읍내 거리와 일별한다. 남자 셋이서 건너편 횟집 간판을 뜯어내고 있다. 간판은 간간이 뜯겨지고 새로 바뀌어도 그 뒤에 가려진 건물의 지붕은 발.. 중단편 소설 2010.02.06
아기 부처 / 한 강 아기 부처 / 한 강 1 아기 부처의 꿈을 꾼 것은 이월이었다. 동남아시아 어디쯤인 것 같기는 한데 이름을 알 수 없는 먼 나라에 가 있는 꿈이었다. 그 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났다는 아기 불상을 보기 위해 나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정류장에 내려보니 탁 트인 벌판에 오딧빛의 처.. 중단편 소설 2010.02.06
1999년 제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곰팡이꽃 / 하성란 1999년 제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곰팡이꽃 / 하성란 곰팡이꽃 / 하성란 오층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놀이터는 빗물이 고여 작은 웅덩이 같다. 이틀 전 내린 폭우로 놀이터 곳곳에는 채 빠지지 않은 흙탕물이 고여 있다. 여자가 걸터앉은 시소의 반대쪽도, 아이가 매달려 있는 ꡐ구름 사다리ꡑ 아래도 물이.. 중단편 소설 2010.02.06
2002년 제2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뱀장어 스튜/권지혜 2002년 제2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뱀장어 스튜/권지혜 뱀장어 스튜 / 권지혜 뱀장어 스튜(La matelote d’anguilles)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의 제목이다. 그러나 나는 한동안 화집을 덮지 못하고 있다. 화집답지 않게 그 그림의 밑에는 뱀장어 스튜를 요리하는 법이 쓰여 있다. 4인용의 뱀장어 스튜를 위해.. 중단편 소설 2010.02.06
200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 - 달의 나무 / 이은유 200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 달의 나무 / 이은유 사립 고등학교 생물선생이 우리 동네로 이사 온 건, 늦은 봄 어느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이렇게 화창한 토요일에 이 도시에서 제일 허름한 동네의 가장 낡은 집으로 누군가 이사 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그 특별한 이사가 있.. 중단편 소설 2010.02.05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단칼 / 이미욱 단칼 / 이미욱 그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는 강한 무사여야만 했다 칼은 마치 성난 뿔 같이 허공의 흐름을 뚫고 나갔다 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가장 생생하게 보였다. 신비한 캔버스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캔버스. 그가 그리는 캔버스는 생명력을 가졌다. 촉촉한 윤기와 희고 고운 살결,.. 중단편 소설 2010.02.05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 개구리 요리를 하는 시간 / 이상금 개구리 요리를 하는 시간 / 이상금 사슴농장은 산등성이에 자리하고 있다. 병원에서 이어진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과 사슴농장의 철망 울타리가 맞닿아 있다. 산책로는 조붓한 오솔길이나 다름없다. 입원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답답함을 덜어보려고 산을 오르면서 자연스레 길이 생긴 듯하다. 은별이.. 중단편 소설 201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