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 흡반 / 김혜경 흡반 / 김혜경 상담에 필요한 다섯 종류의 견본교재와 사은품, 계약서와 전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가방은 아이를 들쳐업은 무게만 하다. 생이 이만한 무게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한쪽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가방을 추켜 올린다. 바지 속에 구겨 넣은 셔츠가 옆.. 중단편 소설 2010.02.05
2005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 하얼빈에는 물개가 산다 (1) / 김춘규 하얼빈에는 물개가 산다 (1) / 김춘규 "워메! 물개는 나가 풀어 주었는디. 물개가 또 있어 부렀네" "아따! 더 늦기 전에 살 비비고 살잔께" 그는 또 숙희 생각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아이고. 반장님, 그 물개를 혼자 먹을라요?" 그림 남학호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일어난 물 갈래가 희뿌옇게 갈라지고 .. 중단편 소설 2010.02.05
2005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크로마키 / 진재남 크로마키 / 진재남 버스가 더는 진입할 수 없을 만큼 적설량이 많은 마을이었습니다. 눈이 그친 후 이삼 일이 지나야 버스가 운행되는 곳이 있다면 그 마을이었을 것입니다. 대설주의보가 적중하는 날이면 온 땅이 하얗게 바리케이드를 쳐서 오로지 맨몸으로만이 닿을 수 있는 저 깊은 산기슭의 외딴 .. 중단편 소설 2010.02.05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마네킹 24호 / 조영아 마네킹 24호 / 조영아 '여자의 얼굴이 거울에 정면으로 비친다. 광대뼈가 불거지고 각이 진 얼굴은 조금 큰 편이다. 요즘 유행하는 녹두색 반코트를 입었다. 거울 속으로 점원이 들어온다. 진열대에 있는 모자 중 하나를 집어 여자에게 권한다. 여자가 모자를 받아쓴다. 얼굴이 더 커보인다. 점원은 또 .. 중단편 소설 2010.02.05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독 / 허혜란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독 / 허혜란 아귀는 입술 끝에 독이 있다. 시장 남자가 한 말이다. 건성으로 지나가듯 내뱉은 말인데도 그 말을 들었을 때 목덜미가 서늘했다. 고작 팔뚝만한 생선에게 주둥이도 아니고 입도 아니고 '입술' 이라는 단어를 붙여서일까. '독' 이라는 말 때문일까. 입.. 중단편 소설 2010.02.04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 가위 / 류은경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가위 / 류은경 당신은 가위를 집는다. 길이가 5인치인 커트용 가위다. 엄지와 검지를 손가락 구멍에 각각 끼운다. 서너 차례 가위를 움직여 본다. 엇갈린 날이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가볍다. 가위를 벌리고 날을 살핀다. 당신이 미용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 중단편 소설 2010.02.04
조선일보 [2005 신춘문예/ 단편소설]-메모리얼 가든 / 반수연 조선일보 [2005 신춘문예/ 단편소설] 메모리얼 가든 / 반수연 “갈비집인가 봐? 가든이라는 걸 보니….” 식당 일을 찾던 아내가 반색을 하며 들고 온 신문의 구인란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구인> 저희 메모리얼 가든에서는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싱그러운 자연을 벗 삼아 성실히 일하실 분을 .. 중단편 소설 2010.02.04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피 / 송욱영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피 / 송욱영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부터 연다.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서다. 잇몸이 더 곪아 가고 있는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손바닥을 입에 대고 후 분 다음 숨을 들이마시면 두엄 속에 한 달 정도 묻어둔 썩은 계란 냄새가 풍겨.. 중단편 소설 2010.02.04
200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오프라인 / 기노(奇擼) 200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오프라인 / 기노(奇擼) 문 밖에서 미닫이문을 요란스럽게 여닫는 소리가 들려온다. 계집애의 집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하다. 또 매질이 시작된 것일까. 그러나 계집애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설사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해도 이제 나는 평상심.. 중단편 소설 2010.02.04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빛이 스며든 자리 / 우승미 눈을 떴다. 문밖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암실에 있으면 의식도 시간도 모두 멎었다. 이곳에 온 후 나는 주로 암실에서 지냈다. 둥글게 몸을 말고 바닥에 누워, 불.. 중단편 소설 201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