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미겔 루이스의《내가 말을 배우기 전 세상은 아름다웠다》중에서 인생은 짧고, 당신의 아이들이나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일도 당신 곁에 남아줄 지는 아무도 모른다.인생은 너무나 짧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최대한 그들의 모습을 즐기고, 시간 있을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 나의 가족, 친구들의 존재를 즐긴다. - 돈 미겔 루이스의《내가 말.. ♣ 詩그리고詩/쉬어가는 글 2010.02.01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이상국 감자를 묻고나서 삽등으로 구덩이를 다지면 뒷산이 꽝꽝 울리던 별 겨울은 해마다 닥나무 글거리에 몸을 다치며 짐승처럼 와서는 헛간이나 덕석가리 아래 자리를 잡았는데 천방 너머에서 개울은 물고기들 춥다고 두터운 겨울옷을 꺼내 입히고는 달빛 아래 먼길을 떠나..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누이가 있는 강 / 임찬일 누이가 있는 강 / 임찬일 강가에서 나는 또 어지러웠다. 포플러 나무로 둘러싸인 큰집 누이의 빈혈처럼 물살 위로 날던 한낮의 도깨비불 들깨풀 자주빛으로 산국화 주황색으로 강물에 몸을 풀던 누이 같은 해 저물어 가는 포전에서 누이의 허벅지처럼 희고 긴 무를 뽑아 손아귀로 비틀어 내어 남몰래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절 1 / 이영광 절 1 / 이영광 늙은 몸은 절하기 위해 절에 온다 절 가지고 될 일도 안 될 일도 있고 절 없이도 일은 되기도 안 되기도 하는 것인데, 그저 모든 걸 다 들어 바치는 절은 내가 받는 듯, 난감하다 온몸으로 사지를 구부리고 두 손으로 그 힘을 받쳐 올렸다가 다시 통째로 제자리에 내려놓은 절 성한 데 없는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바람의 눈망울에 내리는 눈 / 송문헌 바람의 눈망울에 내리는 눈 / 송문헌 -바람의 칸타타 · 70 신갈나무 어깨 위에 눈이 내린다 무성했던 산자락에 슬몃 개옻나무 붉게 가을이 깃드나 싶었는데 내려놓은 시간의 형해들 바스락바스락 따스했던 봄날 기억들을 불러 춤을 추려는지 우르르 천둥번개 들녘이며 강 언덕 낯선 바닷가에 머물던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대추나무와 사귀다 / 김명인 대추나무와 사귀다 / 김명인 어떤 벌레가 어머니의 회로를 갉아먹었는지 깜박깜박 기억이 헛발을 디딜 때가 잦다 어머니는 지금 망각이라는 골목에 접어드신 것이니 반지수를 이어놓아도 엉뚱한 곳에서 살다 오신 듯 한생이 뒤죽박죽이다 생사의 길 예 있어도 분간할 수 없으니 문득 얕은 꿈에서 깨..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모과처럼 / 윤여홍 모과처럼 / 윤여홍 햇살도 건성으로 받아야 윤기가 난다 얼룩까지 지워지면 우리의 본색은 없는 것 서늘하게 달궈야 잘 익는 법 모과 그늘이 모과를 닮아 가고 있다 푸른 물감이 자욱하다 시고 떫은 잔광이 무게를 만들고 있다 모과가 땅으로 내리는 과단성을 40년 가까이 뜨락에서 지켜봤다 낡은 중절..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꽃에게 기도하다 / 윤여홍 꽃에게 기도하다 / 윤여홍 꽃이 저렇게 핀 것도 작년에 내가 시킨 말 때문이다 내 말에 침을 뱉고 씨처럼 흙속에 묻었던 때문이다 봄 햇살에 나의 몸살이 녹는다 열꽃이다 봄이 저절로 온 것이 아니다 분주한 세밑 별들도 나도 기다린 봄 때문에 마중하는 봄 때문에 나는 지금 머리가 맑다 몸살에 핏기..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아내의 빨래공식 / 이기헌 아내의 빨래공식 / 이기헌 아내의 빨래공식은 늘 일정하다 물높이 중간에 놓고 세탁 십 분 헹굼 세번 탈수 삼 분 후에 다시 헹굼 한번 그러나 간혹 공식이 파기될 때가 있다 남편 잘 둔 친구를 만났다던가 나의 시선이 그녀를 빗나갔다 싶은 날이면 아내의 빨래 법칙엔 밟아빨기가 하나 추가된다 그런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
고등어 좌판 / 김종미 고등어 좌판 / 김종미 구울 거요? 지질 거요? 내려칠 칼을 든 여자와 좌판의 고등어가 두 눈 빤히 뜨고 나를 보고 있다 염라대왕이 이런 기분일까 네 영혼을 지글지글 구워주랴? 아니면 얼큰하게 지져서 이 지옥을 기름지게 할까 그러고 보니 내 몸이 지옥이다 이 지옥 속에 감금된 영혼을 극락에 풀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