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서 4월 사이 / 안도현 3월에서 4월 사이 / 안도현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하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5
연탄 한 장 / 안도현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15
무등산(無等山) / 이성부 무등산(無等山) / 이성부 콧대가 높지 않고 키가 크지 않아도 자존심이 강한 산이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그냥 밋밋하게 뻗어 있는 능선이, 너무 넉넉한 팔로 광주를 그 품에 안고 있어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느냐. 기쁨에 말이 없고, 슬픔과 노여움에도 쉽게 저를 드러내지 않아, 길게 돌아누워..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이성부 / 무등산 이성부 / 무등산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지. '저 산은 하눌산이여.' '하눌님이 계시는 집이여.' 산에 올라서, 하느님을 만나서, 물어볼 것이 참 많았지만 부탁할 것도 참 많았지만 나는 훨씬 뒤에야 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닐 때에야 이 산 꼭대기에 오를 수가 있었지. 입석대 끝에서 날고 싶..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추운 산(山) / 신대철 추운 산(山) / 신대철 춥다. 눈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잡념과 머리카락이 희어지도록 걷고 밤의 끝에서 또 얼마를 걸어야 될까? 너무 넓은 밤, 사람들은 밤보다 더 넓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이름을 붙여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이름으로 말하고 이름으로 듣는 사람들..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겨울바다 / 김남조 겨울바다 / 김남조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다음 더욱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꽃 씨 / 서정윤 꽃 씨 / 서정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 은해사 솔바람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 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찾아내겠지. 사랑은 자..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개 화 / 안도현 개 화 / 안도현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면 넌 하나씩 육신의 향기를 벗는다. 온갖 색깔을 고이 펼쳐 둔 뒤란으로 물빛 숨소리 한자락 떨어져 내릴 때 물관부에서 차 오르는 긴 몸살의 숨결 저리도 견딜 수 없이 안타까운 떨림이여. 허덕이는 목숨의 한 끝에서 이웃의 웃음을 불러일으켜 줄지어 우리의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참 꽃 / 안도현 참 꽃 / 안도현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어머니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