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이생진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13
귀천(歸天) 외 4편/천상병 귀천(歸天)/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기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07
봄봄봄 그리고 봄/김용택 봄봄봄 그리고 봄/김용택 꽃바람 들었답니다. 꽃잎처럼 가벼워져서 걸어요. 뒤꿈치를 살짝 들고 꽃잎이 밟힐까 새싹이 밟힐까 사뿐사뿐 걸어요. 봄이 나를 데리고 바람처럼 돌아다녀요. 나는, 새가 되어 날아요. 꽃잎이 되어, 바람이 되어 나는 날아요, 당신께 날아가요. 나는, 꽃바람 들..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04
낙동강(洛東江)/안도현 낙동강(洛東江)/안도현 저물녘 나는 洛東江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 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 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느 날의 身熱처럼 뜨겁게, 어둠..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03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02
봄날에 글 읽다가/정약용 봄날에 글 읽다가/정약용 아침 해 맑은 눈을 녹이고 맑은 창엔 똑똑똑 물방울 소리. 독서란 본래 즐거운 것 경세(經世)에 어찌 이름을 추구하리. 요임금 순임금 때는 풍속이 질박했고 이윤(伊尹)과 부열(傅說)은 몹시 근면했지. 나도 늦게 태어난 것은 아니니 먼 훗날의 희망을 품어 보노라..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02
4월'의 시/박목월 4월'의 시/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02
숲의 노래/고은 숲의 노래/고은 친구와 헤어졌다 멀어져가는 그의 잔기침 소리를 등져 나는 허구들을 두고 숲으로 갔다 11월이다 숲은 어떤 모독도 알지 못한다 누가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마치 오래 기다림이 쌓여 있는 듯 몇달 뒤면 돋아날 새 눈엽들의 수런대는 꿈마저 다 받아들여 여기저기 가슴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2.04.02
한계령을 위한 연가 외 19편/문정희 우울증 / 문정희 겨울 안개 길고 긴 터널 모든 것이 무사해서 미친 중년의 오후 전조등 하나 없는 회색 속을 걸어간다 가방에는 몇 개의 열쇠가 들어 있지만 진실로 갖고 싶은 열쇠는 없다 기적이란 신의 소유만은 아니었구나 지나온 하루하루가 모두 기적이었다 돌아보니 텅 빈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11.16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문태준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문태준 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에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 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