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몸일으키기 외 1편 / 정익진 윗몸일으키기 외 1편 / 정익진 ―헬스클럽 열, 열다섯, 스물, 스물다섯 서른… 내가 윗몸을 일으키는 동안 청소일 하시는 아주머니 마룻바닥 위를 무릎으로 걸으며 걸레질하신다 마흔아홉, 쉰… 부들, 부들, 지느러미를 떨며 후우! 마침내 수면 위로 윗몸 일으켜 솟아오르는 동안 아주머니도 걸레질을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3
염산세수 / 공광규 염산세수 / 공광규 나의 먼 친척 할머니 한 분은 얼굴과 몸매가 아주아주 절세여서 지나던 여자들이 되돌아보고 되돌아보고 남자들도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는데요 절세미인을 둔 할아버지는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어 할머니를 대문 안에 가두고는 대처 한 번 안 가고 동네 논밭으로만 빙빙 돌..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3
바다 가마솥 / 정명하 바다 가마솥 / 정명하 왜 날아오르지 못할까 날개는 왜 돋아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도 장수한다는 거북이는 납작 엎드려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새 발자국 찍힌 모래 위를 엉금 엉금 기어가며 눈을 껌벅거린다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도끼날이라도 떨어질까봐..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3
숟가락 단상 / 복효근 숟가락 단상 / 복효근 출토된 청동숟가락들은 끝이 날렵한 잎사귀 같다 그 숟가락잎사귀가 땅을 뚫고 하늘 높이 자라면 수천수만의 푸른 잎사귀숟가락들이 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햇살과 바람과 눈과 비와 그리고 구름을 숟가락질할 터인데 그렇다면 죽음은 얼마나 맛있는 우주의 성찬에 배가 부를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2.03
[2009 영남일보 문학상] 나무의 공양 / 이경례 [2009 영남일보 문학상] 나무의 공양 / 이경례 졸참나무가 제 몸통을 의탁해왔네 지난 태풍에 겨우 건진 살림살이지만 기와 불사를 생각하며 제 몸 선뜻 내 놓았다네 오래도록 산문의 입구를 지켜 온 졸참나무와 딱따구리, 한참을 골몰한 붉고 노란 머릴 조아리며 하피첩서霞皮帖書를 떠올리다, 마침내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3
[2009 신춘문예] 동아일보 시 당선작 / 술빵 냄새의 시간 - 김은주 [2009 신춘문예] 동아일보 시 당선작 술빵 냄새의 시간 -김은주 컹컹 우는 한낮의 햇빛, 달래며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을지로 한복판 장교빌딩은 높기만 하고 햇빛을 과식하며 방울나무 즐비한 방울나무, 추억은 방울방울*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떼 지은 평일의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3
[2009 경향 신춘문예]시 당선작 / 맆 피시 / 양수덕 [2009 경향 신춘문예]시 당선작 맆 피시 / 양수덕 땡볕더위에 잎맥만 남은 이파리 하나 지하도 계단 바닥에 누워 있던 청년은 양말까지 신고 노르스름한 병색이었다 젊음이 더 이상 수작 피우지 않아서 좋아? 싫어? 스스로 묻다가 무거운 짐 원없이 내려놓았다 맆 피쉬라는 물고기는 물 속 바위에 낙엽처..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3
[2009 신춘문예] 매일신문 시 당선작 / 구름모자를 빼앗아 쓰다 / 최정아 [2009 신춘문예] 매일신문 시 당선작 구름모자를 빼앗아 쓰다 / 최정아 한 떼의 구름이 내게로 왔다. 한쪽 끝을 잡아당기자 수백 개의 모자들이 쏟아졌다. 백 년 전에 죽은 할아버지의 모자도 나왔다. 그 속에서 꽹과리 소리와 피리 소리도 났다. 할아버지는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어깨 흔들며 춤을 추..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3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담쟁이 덩굴 / 조원 두 손이 바들거려요 그렇다고 허공을 잡을 수 없잖아요 누치를 끌어올리는 그물처럼 우리도 서로를 엮어 보아요 뼈가 없는 것들은 무엇이든 잡아야 일어선다는데 사흘 밤낮 찬바람에 찧어낸 풀실로 맨 몸을 친친 감아요 그나마 담벼락이,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2.03
[삶의 향기] 주례사 [삶의 향기] 주례사 [중앙일보] 결혼식에 다녀왔다. 잠깐 짬이 나서 범어사엘 들렀다. 성보박물관에서는 동산 스님의 친필이 눈에 띄었다. “참고 기다려라”는 짧은 문구였다. 동산 스님은 의대생 시절 “마음의 병은 누가 고치는가?”라는 뜻밖의 질문을 받고 출가를 결행했다. 백용성 스님의 제자였.. 수필(신문칼럼)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