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모른다고 하였다 권지현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북경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현지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행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떠들어대거나 서로 담배를 권했다 담배를 피워올리건 말건 나는 도시락으로..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한국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검은 구두 김성태 그에게는 계급이 없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좁은 동굴이며 구름의 속도로 먼 길을 걸어온 수행자입니다 궤도를 이탈한 적 없는 그가 걷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거나 어긋난 교차로입니다 지하철에서부터 먼 풍경을 지나 검은 양복 즐비한 장례식장까지 그는 나를 짐승처럼 끌고 왔..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동아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당선소감] 꽉 쥔 주먹처럼 의지 견고하게 할 것 나는 이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주 커다란 손도 있다 한 번 휘두르면 길이 나고 바다에 띄우면 그대로 배가 되는 손, 그 계곡에서는 물줄기가 흐르는데, 역사라고 불린다는데 이 조그만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손은 연약한 도구에 ..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조선일보] 2010 신춘문예 당선 시 [신춘문예 시 부분 - 당선작] 풀터가이스트 성은주 하늘은 별을 출산해 놓고 천, 천, 히 잠드네 둥근 시간을 돌아 나에게 손님이 찾아왔어 동구나무처럼 서 있다가 숨 찾아 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 씽끗, 웃다 달아나 종이 인형과 가볍게 탭댄스를 추지 그들은 의자며 침대 매트리스.. 신춘문예 당선詩 2010.01.01
‘일출’ - 최춘희(1956∼ ) ‘일출’ - 최춘희(1956∼ ) 펄펄 끓는 너를 내 작은 그릇에 옮겨 담으려다 엎질렀다 미처 손 쓸 사이 없이 “앗! 뜨거” 마음에 물집 생기고 상처는 부풀어 올라 활활 제 살을 태우는 소신공양 어제 오늘 지는 해 뜨는 해 보셨는지요. 한 해 가고 오는 것 온몸으로 느끼셨는지요. 상하고 다친 것 불사르.. 詩가 있는 아침 2010.01.01
참다운 그리움 / 이준호 참다운 그리움 / 이준호 무한정 가슴에 담아놓아 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다행인가. 하늘아래 어디에 선들 우러러 눈 질끈 감고 살며시 떠올려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상이 살아있어 아름다운 까닭이리라. 누구나 기억 한편에 넣어놓고 허물어내지 않는 추억 하나 끌어안고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10.01.01
[사설] 지나간 100년 다가올 100년 [사설] 지나간 100년 다가올 100년 2010년은 조선왕조 멸망 100년, 6·25전쟁 발발 60년, 4·19혁명 50년이 되는 해다. 1910년 망국(亡國)은 민족 전체를 이민족의 발굽 아래로 몰아넣었고, 1950년 6·25전쟁은 같은 민족이 서로 죽이는 비극을 낳았으며, 1960년 학생혁명은 명실상부한 민주정부를 향하는 길에 젊은.. 수필(신문칼럼) 2010.01.01
[삶과문화] 시를 권하는 사회 [삶과문화] 시를 권하는 사회 최근에 시집을 내고 출판사에 가서 수백 부의 사인 판매본에 이름을 적었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팔려나갈 거라 했다. 몇 시간 동안 똑같은 글자를 쓰고 나니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쪼개질 듯 아렸다. 이 짓을 왜 하나 싶어 잠시 툴툴거렸지만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 수필(신문칼럼) 2010.01.01
[삶의 향기] 루저와 핑크택시 [삶의 향기] 루저와 핑크택시 첫애가 태어나던 날. 내가 루저(패배자?)란 걸 그날 알았다. 살을 찢는 산통이 시작되어 아파서 죽겠는데 식구들은 수군수군 난리다. 심장 소리는 아들인데 부른 배 모양은 꼭 딸 같아서 걱정이란다. 친정엄마의 어설픈 백일기도 덕인지 나는 예쁜 딸을 낳았고, 3년 후에도 .. 수필(신문칼럼) 2010.01.01
강설(江雪)’-유종원(773~819) 강설(江雪)’-유종원(773~819) 산마다 나는 새 자취 끊어지고 길마다 사람 발자국 사라졌는데 외로운 배 위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질하는 추운 강 눈은 내리고…… 한 해 마감하며 당나라 절구(絶句)로 꼽히는 이 시 올려놓습니다. 군더더기 다 지우면서도 끝내 저버릴 수 없는 인간 심사의 .. 詩가 있는 아침 20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