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꽃 / 안도현 참 꽃 / 안도현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어머니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5
사랑법 1 / 박진환 사랑법 1 / 박진환 가령 우리가 달리 먹고 사는 것이 있다면 나는 시를 먹고 아내는 성경을 먹고 산다. 그러나 나는 먹고 살기 위해 먹은 만큼 코피로 쏟아내고 아내는 먹는 만큼 사랑의 살이 찌는 모양이다. 나는 가끔 아내를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하고 나를 자유주의자라고 믿는 터다. 내가 먹고 사는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
어머니 / 이창건 어머니 -이창건- 할아버지 사셨을 저부터 어머님은 광주리 하나로 살림을 맡았습니다. 설움으로 얼크러진 머리를 손빗으로 가다듬으며 살림의 틀을 야무지게도 짜냈습니다. 봄, 여름은 푸성귀로 광주리를 채우고 가을, 겨울엔 과일로 광주리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그 솔껍질 같은 손으로 광..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
어머니와 소풍 / 윤일현 어머니와 소풍 / 윤일현 진작에 귀띔이나 하였으면 뒷집 청송댁에서 쌀 한 되는 꿨을텐데...... 닭들만 퍼덕이는 이른 새벽 죽 끓이다 홀로 마당에 서서 소풍 간다는 말 차마 못해 전날 밤 자기 전에서야 말을 꺼낸 어린 나의 조숙함을 안스러워 하며 흐르는 눈물 훔치며 하늘을 볼 때 쌀알 같이 촘촘한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
어머니 / 조태일 어머니 / 조태일 어머니 열일곱에 시집오셔 일곱 자식 뿌리시고 서른일곱에 남편 손수 흙에 묻으신 뒤, 스무 해 동안을 보따리 머리에 이시고 이남 땅 온 고을을 당신 손금인 양 뚝심으로 누비시고 휜히 익히시더니, 육십 고개 넘기시고도 일곱 자식 어찌 사나 옛 솜씨 아슬아슬 밝히시며 흩어진 자식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
어머니 1 / 강인봉 어머니 1 / 강인봉 비록 삯을 기다리는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福은, 초록빛 오랜 인내에서 오는 것이라고 조용히 웃는 法을 가르쳐주신 뒤 당신은 가만히 등을 밀고 계셨지. 저 果園에도 들길에도 노을을 밟고 피곤히 돌아오면 싱그런 과일을 닦고 있는 어머니, 거기서 나는 문득 달을 만나고 당신은 달..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 정호승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 정호승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비가 온다 어머니의 늙은 젖꼭지를 만지며 바람이 분다 비는 하루 종일 그쳤다가 절벽 위에 희디흰 뿌리를 내리고 바람은 평생 동안 불다가 드디어 풀잎 위에 고요히 절벽을 올려놓는다 나는 배고픈 달팽이처럼 느리게 어머니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
어머니 / 김재진 어머니 / 김재진 엄마, 우리엄마, 하고 불러봅니다. 철들고, 어느새 나이 마흔후딱넘어 한번도 흘려보지 않은 눈물흐릅니다. 정월대보름입니다. 마흔넘어 처음보는 보름달입니다. 눈 내린듯 환한 밤길걸어 술 받으러가는 길이었습니다. 달아, 달 본지 십년도 이십년 더 된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았기에..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
어머니의 房 / 고진하 어머니의 房 / 고진하 어머니의 방은 토굴처럼 어둡다 어머니, 박쥐떼가 둥우리를 틀겠어요, 해도 희미한 웃음 띤 낯빛으로 괜찮다, 하시고는 으레 불을 켜시지 않는다 오랜 날 동안 어둠에 익숙해지신 어머니의 몸은 심해에 사는 해골을 닮은 물고기처럼 스스로 빛을 뿜는 발광체가 되신 것일까, 흐린..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