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고(兩頭鼓) / 유현주 양두고(兩頭鼓) / 유현주 어우르던 장구가 더운 숨을 토한다 생사의 경계선을 이랑인 듯 넘어와 울음을 되새김하여 소리로 환생한 소 옹차던 속 들어 낸 여섯 치 오동나무에 조임줄로 다시 묶여 코 뚫림을 당할 땐 북면을 힘껏 조이며 공명통을 안는다 사포를 쇠 빗 삼아 쓸어주는 조롱목 완강하던 고.. 좋은 시조 2010.01.24
소방수첩 2 / 강경훈 소방수첩 2 / 강경훈 한 달 넘는 수색에도 못 찾던 그 소녀를 개가 찾아냈다. 수확 끝난 과수원에서 개만도 못한 이 세상, 내가 내게 침 뱉는다. 용서하라, 이 땅의 남자들을 용서하라. 얼음장 같은 땅을 깨고 나온 복수초 서귀포 노란 봄날을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좋은 시조 2010.01.24
인삼반가사유상 / 배우식 인삼반가사유상 / 배우식 1 까만 어둠 헤집고 올라오는 꽃대 하나 인삼 꽃 피어나는 말간 소리 들린다. 그 끝을 무심히 따라가면 투명 창이 보인다. 2 한 사내가 꽃대 하나 밀어 올려 보낸 뒤 땅속에서 환하게 반가부좌 가만 튼다. 창문 안 들여다보는 내 눈에도 삼꽃 핀다. 무아경, 온몸에 흙물 쏟아져도.. 좋은 시조 2010.01.24
염전에 들다 / 연선옥 염전에 들다 / 연선옥 잇몸 다 드러내고 철썩이며 들먹인 어깨 얼마를 대끼고 대껴야 흰 뼈 되어 만날 건가 투명한 허물을 끌고 여기까지 흘러온 지금. 남은 상처 자투리를 누가 또 들여다보나 떠밀리고 넘어지다 등에 감긴 푸른 멍울 한걸음 이어달린 길, 그길 하나 밀고 와서. 낮은 데로 에돌아와 오.. 좋은 시조 2010.01.24
눈 속의 새 / 황성곤 눈 속의 새 / 황성곤 광년을 달려와 빛이 된 투명한 새 망막에 앉은 기억, 때 늦은 아픈 고백 이른 봄 번갯불 튄 그대 스르르 한 점 불이었던 빅뱅의 환상이거나 눈부신 기록이었을 이별 뒤 하얀 여백 지울 수 없는 허공 같아 가락지 흰 원을 걸어 필생의 울음 가둔 걸까 수축하는 잔등, 달이 팽창하는 저 .. 좋은 시조 2010.01.24
서울 황조롱이 / 김춘기 서울 황조롱이 / 김춘기 :win_YK('/news2006/asp/photo_view.asp?img_fn=20080101.22046203713i1.jpg')" target=_blank _cssquery_UID="12"> 1. 비정규직 가슴 속에 안개비가 내리는 밤 여의도길 전주 한켠 둥지 튼 황조롱이 옥탑방 살림살이가 긴병처럼 힘에 겹다 2. 산 능선 너럭바위에 건들바람 불러 모아 풋풋한 날개 저어 억새 탈춤.. 좋은 시조 2010.01.24
호박꽃 바라보며 / 정완영 호박꽃 바라보며 / 정완영 -어머니 생각 분단장 모른 꽃이, 몸단장도 모른 꽃이, 한 여름 내도록을 뙤약볕에 타던 꽃이, 이 세상 젤 큰 열매 물려주고 갔습니다. 좋은 시조 2010.01.24
적막한 봄 / 정완영 적막한 봄 / 정완영 산골짝 외딴집에 복사꽃이 혼자 핀다 사람도 집 비우고 물소리도 골 비우고 구름도 제풀에 지쳐 오도 가도 못한다. 봄날이 하도 고와 복사꽃 눈멀겠다 저러다 저 꽃 지면 산도 골도 몸져눕고 꽃보다 어여쁜 적막을 누가 지고 갈 건가. [유심] 2007년 봄호 좋은 시조 2010.01.24
젖 물리는 여자 / 노영임 젖 물리는 여자 / 노영임 뜨건 국밥 후후 불며 젖 물리고 앉은 여자 어린 건 한껏 배불러 빨다가 조몰락대다 꽉 쥐고 해살거리며 또글또글 웃는다 한길에는 늦게 깨어난 게으름 햇살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사뿐사뿐 걸어가는 살짝 휜 S라인 여자들 발꿈치를 좇고 있다 공갈빵처럼 부푼 가슴 아슬아슬한 .. 좋은 시조 2010.01.24
사과를 만나다 / 박연옥 사과를 만나다 / 박연옥 길어야 일주일쯤 머무는 줄 미리 알아 올핸 꼭 만나리라 서두러 꽃 피워놓고 받침이 집인 줄 모른 채 사과꽃은 지더니 떠난 자리 들어선 열매 뙤약볕에 담금질하고 비바람에 지는 벗들 가슴으로 배웅하며 모질게 견뎌온 나날 과즙으로 고이더니 끝내 그를 알고 안절부절못하는.. 좋은 시조 2010.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