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1/이정하 허수아비1 / 이정하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왔느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12.11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 재 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12.10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10.11
빈방/김사인 빈방 / 김사인 나 이제 눕네 봄풀들은 꽃도 없이 스러지고 우리는 너무 멀리 떠나 왔나봐 저물어가는데 채독 걸린 무서운 아이들만 장다리 밭에 뒹굴고 아아 꽃밭은 결딴났으니 봄날의 좋은 볕과 환호하던 잎들과 묵묵히 둘러앉던 저녁 밥상의 순한 이마들은 어느 처마 밑에서 울..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09.26
비망록/문정희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09.25
기도, 고향에 관한 시 기도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09.19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게 보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09.19
국토서시, 노동의 새벽, 님의 침묵 국토서시 조태일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09.11
6월의 나무에게/카프카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07.27
빈 산/김지하 빈 산/김지하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저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저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퍼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서 저 침묵한 산..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