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읊다/윤선도 우연히 읊다/윤선도 누군들 처음부터 선골(仙骨)이었나나 도 본래 번화한 삶 좋아했었지 몸이 병들자 마음 따라 고요해지고 길이 막히자 세상 절로 멀어지더군 구름과 산은 나를 끌어 부축해주고 호수랑 바다는 갈수록 어루만지네 선계(仙界)로 가는 열쇠를 부러워 말자 봉래산은 어김없..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김수영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김수영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 눈을 깜짝거린다 세계는 그러한 무수한 간단(間斷) 오오 사랑이 추방을 당하는 시간이 바로 이때이다 내가 나의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산이 있거든 불러보라 나의 머리는 관악기처럼 우주의 안개를 빨아..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보고 싶다는 말/김완기 보고 싶다는 말/김완기 시골 할머니께 가끔 전화하면 "먼 길에 오긴 뭘." 전화 끊고 가만히 눈감아 보니 보고 싶다는 할머니 맘이 그 말에 들려오지요 시골 할아버지께 가끔 전화하면 "전화면 됐지 오긴 뭘." 전화 끊고 머얼리 바라보니 보고 싶다는 할아버지 맘이 그 말에 담겨 있지요 ―..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미움 가득히―기타하라 하쿠슈 미움 가득히―기타하라 하쿠슈 놀 푸른 얼룩무늬 그 아름다움 보드란 날개 가진 나비를 빼어난, 또 루비 같은, 오로지 하나의, 어깨에 별 그려진 나비를 억세게 그녀 손에 건네었건만 받지 않는 그녀기에 매차게 봤네 뜨거운 여름 볕의 가득 찬 미움 울지 않는 그녀기에 그 입술가에 파랗..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길/강현덕 길/강현덕 길이 새로 나면서 옛집도 길이 되었다 햇살 잘 들던 내 방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채송화 붙어 피던 담 신호등이 기대 섰다 옛집에 살던 나도 덩달아 길이 되었다 내 위로 아이들이 자전거를 끌며 가고 시간도 그 뒤를 따라 힘찬 페달을 돌린다 -강현덕(1960~ ) 길은 살아있는 지도..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동안/이시영 동안/이시영 면도기가 충전이 다 되었다고 녹색등을 깜빡이는 동안, 반딧불이가 난생처음 하늘을 차고 올라 수줍은 후미등을 켜고 구애하는 동안, 대학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가 원망인지 사랑인지 모를 눈빛을가족에게 지어 보이고 있는 동안, 오늘도 세계의 어딘가에선 장착된 토마호..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싸우는 개/조지겸 싸우는 개/조지겸 뭇 개들 사이좋게 지낼 때는 꼬리 흔들며 잘도 어울려 다니지 누가 썩은 뼈다귀를 던져주었나 한 마리 일어나자 우르르 달려들어 으르렁 거리며 서로 싸우네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죽어 소란스럽네 추우(騶虞)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하늘 위 구름에 높이 누워 있어..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싸우는 개/조지겸 싸우는 개/조지겸 뭇 개들 사이좋게 지낼 때는 꼬리 흔들며 잘도 어울려 다니지 누가 썩은 뼈다귀를 던져주었나 한 마리 일어나자 우르르 달려들어 으르렁 거리며 서로 싸우네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죽어 소란스럽네 추우(騶虞)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하늘 위 구름에 높이 누워 있어..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소나기/나희덕 소나기/나희덕 노인도 아기도 벌거벗었다 빗줄기만 걸쳐 입은 노인의 다리가 마른 수숫대처럼 여위었다 늘어진 성기, 주름진 사타구니 아래로 비는 힘없이 흘러내리고 오래 젖을 빨지 못한 아기의 눈이 흙비에 젖어 있다 옥수수가 익으려면 아직 멀었다 연길 들판, 소나기 속으로 늙은 ..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
행복한 일/노원호 행복한 일/노원호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그렇고 작은 풀잎을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준 나무가 그렇고 텃밭의 상추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그렇다 남을 위해 내 마음을 조금 내어 준 나도 참으로 행복하다 어머니는 늘 이런 행복.. 가슴으로 읽는 詩 201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