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떡 / 박태언 감자떡 / 박태언 어머니 봉당 뜨락에 양은 솥단지 걸어놓고 새댁 며느리 감자 위에 밀가루 반죽 얹어서 만들어 주시던 감자떡이 생각납니다 두개가 합쳐져서 주걱으로 뭉개야만 제 맛이 나는 감자떡 화덕에 양은솥 폼새보다 그 속에 맛들이 일품인 인품아 까탈스러우면 좋을 게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꿩꿩 장서방 / 이명수 꿩꿩 장서방 / 이명수 나이 백다섯 된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습니다. 여든 다섯 아드님과 여든 넷 며느님이 상주. 목회자인 장손자와 신도들이 둘러앉아 추도 예배 중인데, 뜬금없이 상주 며느님이 벌떡 일어나 웬 노래를 불러댑니다. “꿩꿩 장서방 무얼 먹고 사나.” 좌중은 한바..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빗자루 이력서 / 이기인 빗자루 이력서 / 이기인 지붕 아래로 염려(念慮)의 고드름이 떨어진 날이기도 하다 어떤 염려는 빈방에서 새까만 밤을 지새우고도 마당으로 나와 있다 빗자루는 한평생을 박애주의자로 살아오면서 어두운 집의 벽에 기대어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는 마당으로 나와서 한 박애주의..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숲속의 정기세일 / 김선호 숲속의 정기세일 / 김선호 세일을 알리는 상수리 잎 한 장이 날아왔다 봄부터 여름 내내 준비한 상품들을 파워 세일 한단다 사은 선물로 신선한 공기도 있다 숲에 들어서니 상수리 나무는 살이 녹아내린 투명한 잎 사이에 탐스러운 열매들을 매달고 서있다 숲은 가끔씩 바람을 일..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조각보 / 신준수 조각보 / 신준수 버려진 하천부지 고만고만한 뙈기밭 살붙이처럼 붙어있는데요 상추 파 쑥갓 고추 토마토 가지 시금치 얼갈이 오밀조밀 어깨 겨누고 있는 그게, 한 땀 한 땀 이어붙인 조각보입니다 꾸불텅꾸불텅 민달팽이 육필 선연한 푸진 밥상입니다 세상에 밥을 탐하는 것들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 마경덕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 마경덕 바람의 체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열린 벌레소리가 익었다 방울벌레 풀종다리 철써기 귀뚜라미 잡초가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제초제를 뿌린 곳에는 소리의 씨가 말랐다 여름내 소리를 키우느라 허리 굽은 하천가 방가지똥 고마리 오가는 발..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파닭 / 홍순영 파닭 / 홍순영 날개 달린 족속들은 파닥파닥 날개로 비명을 지른다 잘려나간 머리 대신, 파 채 뒤집어쓴 파닭 토막 난 울음까지도 고소하고 매콤하게 포장된다 프랜차이즈명 ‘파닭에 파무쳐’를 파닭에 파묻혀로 읽기도 하는 난, 종종 닭털에 파묻히는 악몽에 시달리며 옴짝달싹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네거리에서 / 김사인 네거리에서 / 김사인 그럴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손 뻗쳐도 뻗쳐도 와닿는 것은 허전한 바람, 한 줌 바람 그래도 팔 벌리고 애끓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살 닳는 안타까움인지도 몰라 몰라 아무것도 아닌지도 돌아가 어둠 속 혼자 더듬어 마시는 찬물 한 모금인지도 몰라 깨지 못하..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물수제비뜨는 날 / 이홍섭 물수제비뜨는 날 / 이홍섭 때로 가슴에 파묻는 사람도 있어 그게 서러울 때면 강가에 나가 물수제비나 뜨지요 먼 당신은 파문도 없이 누워 내 설움을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지요 그러면 나도 어린아이처럼 약이 올라 있는 힘껏 몸을 수그리고 멀리, 참 멀리까지 물수제비를 떠요 물..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
방랑부(放浪賦) / 김두수 방랑부(放浪賦) / 김두수 나는야 저 향기를 따라 흩날려볼까 흰구름의 저 언덕길을 넘어나볼까 무정무한(無定無限) 무상무극(無常無極) 무심처(無心處), 무궁무진(無窮無盡) 나는 또 다시 웃으며 길을 잃었네 시간의 친구, 저 하늘엔 새가 날고 고립무원의 들녘에 꽃이 피었네 아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1.11.04